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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제왕적 대통령제 바꿔야… 개헌 필요 60%”..
정치

“제왕적 대통령제 바꿔야… 개헌 필요 60%”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1/02 19:19 수정 2025.01.02 19:26
4년 중임제 45.9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28.3%
개헌 신속 추진 34% 尹 탄핵 심판 완료 후 26%

“12·3 비상계엄 사태의 근원은 전두환 정권의 12·12”라고 본다.
이유로는 정국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물리적인 힘으로 ‘입법·사법·행정 3권’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 사회 일부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평가다.
을사년(乙巳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재오 이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두고 “그동안 이뤄온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권위주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선 어떤 대통령이든 물리적인 통치 방법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할 적기”라고 개헌을 또다시 제안했다.
이재오 이사장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 다섯 번에 걸쳐 투옥된 재야 민주투사 출신으로, 민주화 이후엔 보수정당의 험지인 서울 은평구에서 다섯 번의 국회의원 당선과 ‘개헌 전도사’라고 불렸고, 이명박정부 특임장관을 역임한 개혁파 정치인으로 80년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이 100년 이후를 내다보려면 일상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미래 세대는 분노와 적개심을 내려놓고,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 소추를 당한 것에 대해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그동안 이룬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계기를 보여줬다. 나는 이번 사태의 근원이 전두환 정권의 12·12라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은 뒤 12·12 군사 반란이 일어나지 않고 정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됐다면 오늘날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군사 독재의 뿌리가 얼마나 깊이 잠재 돼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행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 논의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국회의원이었을 때부터 내 일관된 주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대통령이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고 물리적 통치 방법에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는데, 세상은 마음대로 안 돌아가고 권력은 있으니 마음대로 해야겠다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게 권력의 함정이다. 지금이 개헌할 적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만 책임지고 내치는 내각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내각은 국회가 각 정당의 의석 비율대로 장관을 임명해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그렇게 하면 국회에 진출한 모든 정당이 정부에 참여하게 되고, 국정의 공동 책임을 지게 돼 진영 갈등과 지역 갈등이 없어진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했다면 비상계엄은 사전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 같은 이재오 이사장의 개헌주장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은 ‘개헌 논의를 빠르게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중앙일보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0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결과, ‘만일 개헌을 한다면 언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지금부터 논의해 최대한 신속히 추진 해야한다’는 답변이 34%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완료된 후 추진 해야한다’는 응답이 26%였다. 늦어도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이른 것이다.
반면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추진’은 32%였고, ‘모름·무응답’은 8%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65%)이 보수층(55%)보다 빠른 개헌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53%)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61%)이 차기 정부 출범 이전 개헌 논의 시작을 더 선호했다. 조국혁신당(70%)·개혁신당(74%) 등 원내 소수 정당 지지층도 상대적으로 빠른 개헌 논의를 원하는 성향을 보였다.
앞서 여론조사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9일 1001명을 대상으로 100% 무선 ARS 방식(응답률 5.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으로 ‘4년 중임제를 포함한 현행 대통령제 개헌’애 대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10명 중 6명(61.7%) 이상이었다.
구체적으로 △4년 중임제 45.9% △의원내각제 6.0% △책임총리제 4.3% △기타 다른 제도 5.5% 등이다. 응답자의 9.9%는 "잘 모르겠다"며 의견을 유보했다.
'현행 대통령제를 개헌한다면 다음 중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5.9%가 "4년 중임제"를 선호했고, "현행대로 5년 단임제"를 선택한 응답자는 28.3%로 조사됐다.
정치권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퇴를 두고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여기에 맞춰 개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또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 방향에 대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유지’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33%로 조사됐다.
반면, 4년 중임 대통령제(43%), 의원내각제(10%), 이원집정부제(2%) 등 현행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55%로 더 우세했다.
연령대별로는 18~29세(42%)와 30대(42%)가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비율이 높았는데, 젊은 세대일수록 제도 자체보다 운영 방식이 문제라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행 5년 단임제 문제만 따로 물었을 때는 ‘문제가 있다’(46%)와 ‘문제가 없다’(47%)는 의견이 엇비슷했다.
여론조사 분석 관계자는 “현재 체제가 문제가 없다는 의미보다는 대통령제를 제외하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체제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데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5년 단임제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응답자만 따로 떼어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27%가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꼽았다.
이어 ‘제한된 임기로 장기적 정책 추진 한계’(21%),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저하’(19%), ‘정권 유지나 교체를 목표로 하는 정치 갈등 심화’(15%), ‘여소야대 시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12%) 순으로 조사됐다. 또 선거 제도에 관해서도 상당수 국민이 문제 의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선거 제도 변화를 통한 정치 개혁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개헌과 함께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 등으로 바꾸는 선거 제도 개혁도 논의해야 한다’는 응답이 46%,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원 포인트 개헌만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27%로, 선거 제도 개혁 의견이 더 높았다.
특히, 조국혁신당(60%), 개혁신당(58%), 진보당(62%) 등 선거 제도 개편에 따라 의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소수 정당 지지층일수록 개헌에 못지않게 선거 제도 개혁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론조사 분석 관계자는 “지금 한국 정치의 핵심적 문제는 국회와 대통령의 권력이 서로 충돌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상대 진영의 주장을 거부하는 정치)”라며 “(개헌뿐 아니라) 다당제로 가는 결선투표제나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 제도 개편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15.3%(6568명 중 1006명)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끝으로 이재오 이사장은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이 2연속 탄핵 소추를 당한 것을 두고, 보수의 변화와 창조를 주문했다.
이 이사장은 “보수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시대의 가치를 지키는 게 보수인데, 시대의 가치가 고정돼있지 않고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변할 줄 모른다. 변할 줄 모른다는 것은 창조할 줄 모른다는 것이고, 창조할 줄 모르니까 개혁이 안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옛날 것을 답습하는 게 보수가 아니라 옛날의 가치를 새 시대에 맞게끔 지켜나가는 게 보수다. 그런데 보수는 개혁적인 주장을 하면 ‘사쿠라’라고 한다. 변화할 줄 모르고, 창조할 줄 모르고, 화합할 줄 모르는 게 우리나라 보수의 3대 적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는 분노와 적개심을 내려놓고,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남과 더불어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나라 전체에 일상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김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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