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대선 후보감을 정하지 못한 유보층도 국민 10명 중 4명가량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때 이 대표의 대항마로 가능성이 엿보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는 등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국면을 거치면서 여권 내 대선주자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1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를 물은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7%로 1위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선포 전인 이달 초(직전) 조사보다 8%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의견 유보’ 35%, ‘기타 인물’은 5%로, 아직 장래 정치 지도자를 정하지 못한 유보층은 4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한동훈 전 대표가 직전 조사보다 6%p 하락한 5%를 기록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2%로 상승한 5%를 기록했다.
한 전 대표는 올해 3월 선호도가 24%에 달했으나, 총선 후 줄곧 10%대에 머물다 탄핵안 가결·당대표 사퇴 후 5%까지 하락했다. 이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3% ,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각각 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각각 1% 순으로 조사됐다.
장래 정치 지도자를 아직 정하지 못한 유보층은 권역별 경우,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50%로 가장 높았고, 서울 37%, 인천/경기 38%, 대전/세종/충청 41%였다.
민주당의 성지인 광주/전라에서의 유보층은 28%였다.
연령대에서는 18~29세 59%, 70대 이상 55%로 60%에 근접했다.
정당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2%가 의견 유보층이었고, 국민의힘은 43%였다. 특히, 케스팅보트인 무당층은 79%가 장래 정치 지도자를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탄핵 정국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적 구심적 부재 상태와 실망감을 보여준 결과로 읽힌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응답률은 15.5%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지난 ‘12·3 비상계엄’은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2027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은 2년 가까이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만약에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후 63일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탄핵 인용 결정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 때처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60여 일 후인 2월에 나오면 4월 벚꽃 피는 시기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벚꽃 대선’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처럼 3개월 뒤인 3월에 탄핵 심판 인용 결정이 나오면 5월에 대선이 치러질 수 있어 ‘장미 대선’이 현실화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안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토록 돼있다.
따라서 최장 2025년 6월 11일까지 탄핵 심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통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고, 탄핵 소추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나가 자신을 변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소수 여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거대 야당 횡포로 국정 운영에 한계를 느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절망감을 헌재에서 소상히 밝혀 자신의 비상계엄 발동의 정당성을 항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탄핵 소추가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라면 계엄 발동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정치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헌재의 탄핵 심판은 과거 두 전직 대통령 때에 비해 상당히 늦춰질 공산도 있다.
만약 2025년 6월에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8월에 대선이 치러지게 돼 ‘여름 대선’이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벚꽃이든, 장미든, 여름이든 조기 대선 전망은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반대로, 헌재가 12·3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합법적인 통치행위라고 인정할 경우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돼 차기 대선은 당초 예정대로 2027년 3월 10일에 치러지게 된다. 결국, 헌재 결정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기를 노리는 대선주자들의 대선 시간표도 그에 연동돼 있다.
여권은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이냐 단일 대오냐 갈림길에 서 있다.
또 이번 기회에 범보수로 시야를 넓히고 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범보수 진영을 대표한 차기 주자로 발돋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무튼 탄핵 소용돌이에 빠져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크게 작동하고 있는 여권이 앞으로 어떻게 지금의 혼란을 극복해 나갈지가 최대 관건이다.
반면 야권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이재명 대표가 탄핵 심판 전에 선거법 확정 판결이 나오면,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 출마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더욱이 지난 12일 조국 대표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수감되면서 '친노·친문' 진영에서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대표선수로 김경수 전 지사를 내세워 야권 내 이른바 ‘비명계’ 구심점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