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의원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하면 되는 것”
“쇄신 골든타임 놓치고 있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대표가 보름 넘게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답변만 내놓으며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는 사실상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평소 한 대표의 스타일과 달라 ‘그 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고 그러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가족이 글을 올린 게 아니라고 하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원 신분에 대해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 위법이라든가 이런 게 아닌 문제들이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그러자 친윤(친윤석열)계 김은혜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매사 똑 부러진 한 대표는 어디로 갔나"라고 저격했다.
김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누가 당 대표와 대표 가족 이름을 빌어 차마 옮기기 민망한 글을 썼는지 손쉬운 확인을 회피하며 명색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2주 넘게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밝힐 수 없는 것인지, 밝힐 자신이 없는 것인지 당원과 국민에게는 간단한 일이 왜 당 대표 앞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해결은 간명합니다. '가족이다. 아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도용을 조치하겠다.' 당 대표로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에 발목이 잡혀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성찰을 외면하면 우리 당은 우리가 비판하는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1068건을 전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원 게시판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 차원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비방 글은 '한동훈' 명의로 쓴 글 161건 중 12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가족 명의 글 907건은 △사설·신문기사 250건 △격려 194건 △김경수 복권반대, 정책위의장 사퇴 촉구 등 단순 정치적 견해표명이 463건이라고 당은 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익명게시판에서 대통령 욕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 당원게시판의 다른 명의 글도 문제 삼아야 맞다"며 "더불어민주당 게시판은 더 문제 삼아야 하며, 인터넷 댓글도 수위 높은 것이 많다"고 반문했다.
한 대표와 동명이인인 사람도 당원이고, 대통령 욕설이 있다고 해서 범죄자 취급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례로 "정책위의장 사퇴 이슈는 7월에만 1200여 건의 글이 올라왔고, 이 중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은 27건에 불과하고 수위도 낮다"고 말했다. 또 당무감사 가능성과 관련해선 "당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당법상 압수수색영장, 재판에서의 요구, 선관위 확인 밖에 없다"며 "당원을 감사하기 위한 정보제공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보수단체의 고발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이 ‘친한-친윤’ 당정 두 지휘부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따라서 그 규명이나 해결 방법도 법이 아닌 정치에서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언제 나올지 모를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간 가라앉았던 여권 내 집안싸움이 다시 폭발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한 대표가 먼저 자신과 가족을 향한 의혹에 대해 밝히고 당무감사를 지시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순서일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