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기각·각하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모처럼 단일대오를 보이는 분위기다.
특히, 중도층을 고려해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탄핵 기각이 답"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2심 판결과 관련해 "당장 최선의 대응은 대통령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주력해야 할 것은 탄핵 심판 결과다.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면 그 이후 정국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지지층을 결속하는 움직임도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야 조기 대선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전략에서다.
A 비상대책위원은 "일단 대법원에서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이 난다면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중도층에서 판단할 것이고, 보수는 더 결집이 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산불로 중단됐던 1인 시위도 재개됐다.
김장겸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각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며 "나라가 어떻게 되든 권력만 잡을 수 있다는 세력이 득세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와 함께 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남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부각했다.
TV 조선 앵커출신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나와 "(선거법 사건은) 법리로 판단하면 유죄가 맞는데 (2심 법원에서) 정치적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다음 스텝도 계속 정치적 논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재준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여러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데, 선거법 혐의가 가장 가벼운 것이었다"며 "결국은 국민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에 탄핵 인용 시 열리는 조기 대선은 준비 기간이 짧아 낮은 지지율에 머무는 여권의 대권 주자들이 이 대표를 추격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선거법 외에 이 대표에 대한 4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그전까지 최종심 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목소리도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박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현시점에서 면죄부를 받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윤 대통령) 탄핵은 불가하다"며 "시간도 벌어야 한다. 그사이 대법 판결도 받아보고, 위증교사와 같은 다른 재판 결과도 받아볼 수 있다. 이재명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