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대비한 교실 공기청정기 임대 입찰이 경북도내 각 교육지원청별로 한창인 가운데 올해 입찰에서는 지난 2022년 입찰 때와 달리 제품 평가기준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비율이 완전히 반대로 공시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 도내 교육지원청들이 '공기청정기 세부규격'에서 '스탠드형'으로 못박아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했다는 논란(뉴시스 1월 9일 보도)에 이어 이번에는 제품선정 과정에서 제품의 성능(정량평가)보다는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정성평가 점수를 훨씬 높게 배정한 것이다.
도내 C, D 교육지원청은 지난 13일 '제안업체 선정 평가 기준표'에서 정량적 평가를 30점, 정성적 평가를 70점으로 한다고 공시했다.
2022년의 정량 70, 정성 30 기준이 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정량평가는 제품의 성능을, 정성평가는 필터 관리나 제품 수리, 제품 운반 및 해체 등 업체의 서비스 편의성을 따진다.
이들 교육지원청들의 기준표를 보면 정량평가는 제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항목별 2점 이상의 차이가 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1등급이면 3점, 2등급이면 1점이다. 유해가스 제거율이 80% 이상이면 5점, 70~80% 미만이면 3점이다.
그러나 정성평가 부문의 '안전성 확보'(30점)를 보면 '제품 운반, 해체, 설치여부'만 기재한 채 우수 15점, 보통 10점, 미흡 5점으로 배정해 놓고 있다.
'제품 운반, 해체, 설치여부'가 뭘 따지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스탠드형은 전선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설치나 해체, 운반 등을 따질 필요가 없고 벽걸이형은 업체에서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손 댈 일이 없음) 이 같은 불분명한 것을 두고 평가를 받는 데에도 한 등급만 낮게 나와도 치명적이다.
그 아래 항목인 '제품의 계약종료 및 고장으로 인한 폐기처리 여부'도 마찬가지다. 우수 15, 보통 10, 미흡 5점이다. 이 항목도 계약이 종료되면 당연히 업체가 제품을 가져가고 폐기할 정도로 고장이 나면 업체가 바로 교체해주기 때문에 제품 선정에 반영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내용이다.
교육지원청들이 제품 성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영업력' 있는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이들 교육청 모두 학교마다 벽걸이와 스탠드형이 얼마나 필요한지 수요조사를 하지 않고 공시를 했다. 이들 교육청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학교들이 스탠드형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로만 대답하고 있다. 학교가 벽걸이를 원해도 교육청이 주는대로 쓰라는 얘기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경북교육청 내부에서도 "이 전 입찰 때에도 공정성 논란이 나왔는데 올해도 경북교육청의 당초 지침이 너무 허술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