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오판·野에 위력 과시”
尹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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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량한 국민들께는 다소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한밤중 느닷없는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자해 카드로 귀결될 것을 알면서도 탄핵·예산 등 입법농단을 일삼는 야당을 향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일종의 위력 과시를 했을 가능성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최측근의 비현실적 계엄 시나리오에 반색해 되돌릴 수 없는 정치적 오판을 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야당과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에게 계엄 카드로 위력을 과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회의 계엄 해제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대통령에게 계엄이라는 카드가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27분 계엄 해제 사실을 알리며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농단, 예산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야당의 반헌법적 입법농단이 있을 경우, 정권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재차 계엄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과 예산안 강행 처리로 행정부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계엄 카드를 활용, 야당 입법농단의 위헌성, 불법성 등을 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계엄 카드는 반헌법적·반민주적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헤어나올 수 없는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무위로 끝난 비현실적인 계엄 건의를 덜컥 받는 정치적 오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날 윤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오후 10시 28분)가 있기 한 시간 전까지도 대통령실 참모들은 계엄 선포 계획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장관과 윤 대통령 등 2~3명이 독단적으로 이를 결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핵심 참모, 비서실 핵심 참모 모두 윤 대통령의 계획을 한 시간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정황을 봤을 때 전격적으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주도로 우발적으로 이 계획이 실행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러다 보니 국회와 국회의원 봉쇄 작업에 대한 면밀한 시나리오가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엄을 지속하기 위해선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막았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라야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군·경이 국회의원보다 늦게 국회에 도착하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판단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반대하는 계엄을 추진하는 정치적 자폭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고, 대통령실 참모 대부분도 게엄 회견 내용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했는지도 의문이다”면서 “이번 계엄 소동으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맞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마하던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