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쇄신을 위해, 대통령실 개편과 ‘장수 장관’을 중심으로 한 인사 검증이 착수됐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국면 전환용 인위적인 개편은 하지 않는다는 평소 입장에 따라, 꼭 필요한 부서부터 교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당과 언론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인사가 스스로 사퇴하거나,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교체가 이뤄지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지만 시기는 아직 미지수다.
정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내부 장악력이 높은 데다 취임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아 교체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 건강과 자신의 재판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인 2심에서 벌금 1200만원으로 감형됐다.
정 비서실장의 3심인 대법원 최종 선고는 다음 달 초다. 교체가 이뤄진다면 윤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대통령실 개편과 함께 개각도 이어질 전망이다. 개각 국면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12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 주무 부처 장관이 교체될 경우, 국회 심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상은 임기 초부터 재직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장수 장관'들이 우선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나 미국 새 정부 출범 등과 직접 관련된 인사는 당장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정부의 쇄신 의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한 총리의 교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당의 총선 패배 직후 사의를 표명한 한 국무총리는 한 차례 유임됐는데, 이번 계기로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다.
총리 교체는 국정 쇄신과 변화를 상징하는 대통령의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인준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에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를 찾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류”라고 전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는 TK(대구/경북)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통일부 장관을 지낸 5선의 권영세(서울·용산구)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TK 인사 중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4선·대구 달서을)이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장수 장관’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임으로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윤 의원을 검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경찰대 1기로 경찰청 정보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내 요직을 거쳤고, 지난해 원내대표를 맡아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장관 외에 취임 2년이 된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및 사회부총리, 의료개혁 주무 부처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교체도 유력시되고 있다.
또 9개월째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대행을 맡고 있는 신영숙 차관의 승진 기용설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 가능성도 예상된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