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한동훈표 평가
정풍운동 맞먹어 vs 낙제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지지자들이 보내온 취임 100일 축하 화환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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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혁 성과들이 몇몇 상황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혁 성과를 언급한 뒤 “우려와 실망을 해결하지 못하면, 개혁 추진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역으로, 우려와 실망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개혁 추진은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100일간의 성과와 관련해선, 여야의정 협의체 및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위한 행보와 당 격차해소특위 출범,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한 당 인재영입위원회 상설화 등을 꼽았다. 특히 "과거와 다른 수평적 당정관계로의 발전적 전환은 국민의힘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였다"며 "당정이 시너지를 높여 상생해야만 나라의 퇴행을 막는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여야의정 협의체를 가장 먼저 언급한 민주당이 인제 와서 시기상조라고 하는 것은 민생을 포기하고 국민 건강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의 러시아 지원 파병에 대해선 "민주당은 북한의 무도한 행위에 대해 명확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 "대표 범죄 혐의에 대한 방탄을 위해 헌정 위기를 조장하고 사법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폭력적인 정치행태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 국민의힘은 국민을 위한 싸움이라면 주저하거나 몸 사리지 않겠다"라며 "우리의 진짜 목표인 나라가 잘 되게 하는 것, 국민이 잘살게 하는 것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취임 100일을 맞는 한 대표의 행보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족한 정치력으로 당내 내홍이 증폭되고 집권 여 당 대표로서 정권을 적절하게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100일간 줄곧 변화와 쇄신을 강조해 왔다.
특히 당정 관계에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이어왔고, 급기야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24일 여당 대표 자격으론 처음으로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맥주로, 한 대표는 콜라로 러브샷을 나누고 화합을 나눴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를 대통령실에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끝에 예정됐던 만찬이 돌연 연기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시하며 의정갈등 해결사로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9월로 연기된 만찬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제안하면서 또다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독대를 수용하지 않았고, 만찬에서 의대증원 등 당면한 현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한동훈 공격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명태균씨 논란이 잇따라 터졌고,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여권이 위기에 휩싸였다. 이에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쇄신과 김 여사의 공개활동 중단 등 3대 요구를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이날 면담에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초대한 사실이 알려지고,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친한·친윤계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의 100일은 B학점 정도"라며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문제로 우왕좌왕하며 점수 잃고 의료계 저항 때문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재보궐 선거는 성공적으로 치렀고, 특별감찰관 도입을 당 쇄신과 연결시키면서 당내 리더십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집권여당이 안정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고 있느냐를 보면 그건 낙제점이다. 오히려 한 대표가 정권의 위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향후 한 대표가 ‘김건희·채상병 쌍특검법’을 어떻게 다룰지가 리더십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법안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만일 통과된다면 여당은 두 쪽으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아낼 수 있느냐가 시험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