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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박세은, 한국 이미지 세계에 알린 '꽃돌'
 
운영자 기사입력 :  2019/01/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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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 프라이드가 강한 나라에요. 영어로 물어봐도 불어로 대답하죠. 제가 8년 파리에 있으면서, 근데 부당함은 못 느꼈어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진심으로 반응을 해요. 매년 최선을 다했을 때 그것을 인정해줘 승급도 빨리 한 케이스죠.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승급 심사에서도 예술을 정직하게 평가해줘서 감사해요."

  박세은(30)은 세계 정상급 파리 오페라 발레단(BOP)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발레리나다. BOP 제1무용수인 그녀는 지난해 6월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차지했다. 

  최정화 이사장(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이 이끄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주최하는 시상식은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사람, 단체, 사물에 수여한다. 꽃돌상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꽃피우는데 기여한 이에게 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한 박세은은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영재 입학했다. 2006년 미국 잭슨콩쿠르 금상 없는 은상, 2007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1위, 2009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금상 등을 수상, 세계 4대 발레콩쿠르(바르나·잭슨·모스크바·로잔) 중 세 봉우리를 정복했다. 

  2007년 로잔콩쿠르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으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 입단, 스튜디오컴퍼니(ABTⅡ)에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국립발레단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박세은은 2011년 파리 오페라 발레 준단원으로 입단했다. 1671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발레단으로 통한다. 박세은이 입단 당시,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한 발레단 사람들은 박세은을 '코리안 걸'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박세은이 괄목상대할 경지에 이르자 그녀와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정단원이 된 후 초고속 승급을 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6개월여 만에 코리페로 승급하고 다시 10개월 만에 쉬제로 승급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말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에서 주인공 '나일라'를 연기하며 주역으로 나섰다. 2017년 1월부터 제1무용수로 통하는 프르미에르 당쇠즈로 활약하고 있다.

  "제가 승급도 하고 상을 받고 주역을 맡으면서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더라고요.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프랑스에 주로 가는 한식집이 있느냐' 등 한국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죠. 조금씩 저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표해간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작년에 박세은은 한국인 무용수 중에서는 네 번째로 이 영예를 안았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1999), 발레리나 김주원(2006)에 이어 여성무용수로는 세 번째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기민이 2016년 한국 발레리노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 유력한 여성무용수 수상 후보는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세계적인 발레 스타인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0)였다.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UBC) 객원 무용수 자격으로 '라 바야데르'에 출연해 국내 관객,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영예는 박세은의 몫이었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안무가 게오르게 발란친(1904~1983)의 안무작 '주얼스(Jewels)'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3막 '다이아몬드'에서 주역을 맡아 발군의 기량과 감성을 증명했다

  "저는 한국사람인데 프랑스를 대표해서 러시아에서 상을 받아 특별했어요. 사실 러시아 사람들은 프랑스 스타일의 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자존심 문제인 것 같아요. 프라이드가 강하니까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박세은은 평소 밝게 웃고 다정다감한 성격이지만 발레를 향한 열정과 집념은 누구보다 강하다. '빡세게' 연습하는 승부욕과 이름 덕분에 '빡세'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제 연습량 때문에 힘들어해요"라며 웃었다. "스스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공연이 많을 때는 너무 빡세서, 따로 여가 시간은 갖지 못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점차 파리가 집처럼 느껴진다. "한국은 올 때마다 변해요. 향수가 있어 찾아본 카페, 떡볶이집이 모두 사라져 아쉬움이 크죠. 반면 프랑스는 단골집이 10년 동안 그대로 있으니까 좀 더 집처럼 느껴지는 것 같죠." 

  올해 서른이 된 박세은은 발레를 20년간 해왔다. 그런데 그 동안 '난 무엇이 될 거야' '어디에 들어갈거야'라는 마음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갈림길이 있으면 선택을 해왔어요. 그저 매일 매일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겼어요."

BOP 은퇴 나이는 마흔 두 살이다. 그럼에도 "10년 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묵묵히 하루 하루를 살고 싶어요"라고 한다. 은퇴 후 "한국에서 저를 필요로 한다면, 지금까지 배운 것들, 쌓인 경력을 한국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라는 바람도 내비쳤다.  

  자신에 앞서 파리오페라발레에서 활약한 김용걸(46) 한예종 교수 덕분에 발레단 활동이 한결 쉬웠다며 몸을 낮췄다. "김용걸 선생님이 열심히 하셔서 좋은 한국인 이미지를 보여줬어요. 그래서 제가 들어갔을 때 반응이 더 좋았죠. '김용걸보다 열심히 한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한 기대감, 믿음이 있었죠. 제가 성장하는 걸 보면서 한국인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더 생긴 거 같아요."

  파리오페라발레를 비롯해 세계적인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는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저 역시 '제가 가능할까' '나라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후배들도 도전을 했으면 해요. 파리오페라발레 입단과 활동이 제 삶의 큰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최근 자신이 꿈에 그리던 '오네긴'에 출연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은 박세은은 내후년 일본에서 파리오페라발레 투어가 있다고 귀띔했다. 내년에는 중국 상하이, 필리핀이 예정돼 있는데 한국은 예정에 없다. "제가 발레단에 있을 때 한국에서 공연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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