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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기고] 기계 서숲, 자연과 삶을 잇는 공간이다..
사회

[기고] 기계 서숲, 자연과 삶을 잇는 공간이다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4/11/19 19:10 수정 2024.11.19 19:13


지난주 토요일, 필자는 포항시 기계면 농산물 축제에 다녀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최고였다. 행사를 마치고 서숲에 들러 한 시간 반가량 맨발로 걷기를 했다. 삼백 년 이상 된 아름드리 적송이 쭉쭉 뻗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 참나무들이 키를 자랑하듯 솟아 있었다. 수북이 쌓인 참나무 낙엽길은 사색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기계 서숲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계면 주민들과 포항 시민들에게 걷기와 산책의 공간을 제공하며, 자연 속에서의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는 매일 걷는다.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나누고, 더 나아가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계 서숲은 걷는 행위를 넘어 삶을 성찰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길을 열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기계 서숲은 조선 중기의 학자 경주이씨 기계 입향조인 이말동(호: 도원) 선생이 조성한 숲이다. 그는 관직을 떠나 기계면에 은거하며 마을을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 숲을 만들었다. 숲은 여름철 홍수와 겨울철 북서풍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방풍림 역할을 했으며, 시간이 지나며 생태적, 문화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이유는 그날 만난 기계문화원 운영위원장이신 오순표 위원장께서 알려주셨다.

특히, 기계 서숲은 소나무를 주로 심어 이루어진 울창한 숲으로, 세월이 흘러도 그 풍경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과 애정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숲은 마을을 보호하는 자연재해 방지해 주었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함께 사는 장소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계 서숲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포항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인해 서숲 내 일부 소나무가 말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5~6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 감염으로 고사 상태에 이르렀고, 이 문제가 확산될 경우 숲 전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어, 이를 신속히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포항시 녹지과에서는 이미 말라가는 나무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며, 나머지 건강한 나무들에 대해 백신을 투여하여 확산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계 서숲이 지닌 생태적,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다.

기계 서숲은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사색의 공간이다. 숲의 고요함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잊혀진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필자 역시 이 숲을 걸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민들과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걷기라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체의 건강을 위한 활동만이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마치 인생의 여정을 상징하는 듯하다. 숲길을 걷는 동안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필자에게 있어서 스스로를 돌보고 더 나은 내일을 구상하는 좋은 시간이 된다.

필자는 일상을 걷기로 시작한다.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그들의 바람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간들은 지역사회의 대표로서 필자가 품어야 할 마음의 깊이를 더해준다. 숲에서 얻는 조용한 성찰의 시간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시정을 구상할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가을이 깊어가는 숲길에서 붉게 물든 나뭇잎은 마치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필자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다짐을 다지고 있다.

기계 서숲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더 많은 시민들이 누리기를 바라며, 이곳이 지금처럼 소중히 보존되길 희망한다.

 

<안병국 포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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