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에 대한 관심은 건강기능식품 섭취로 이어지며 ‘영양제만 먹어도 배부른’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약간의 흐트러진 생활습관을 갖고 있더라도 영양제를 섭취하며 건강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러한 영양제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될까?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하나요?”
진료실에서 흔히 받는 질문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종합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 식이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식이보충제를 복용한 대상자 중 과반수가 2개 이상의 제품을 복용하고 있으며, 50∼60대의 경우 3명 중 1 명은 3개 이상의 식이보충제를 복용한다. 건강에 관심이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식이보충제 복용률도 올라간다.
▶심혈관질환과 암 발생을 낮추는 항산화 성분
심혈관질환 또는 암 발생에는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산화 성분은 우리 몸에서 유해한 활성산소(산화 스트레스)를 제거해 세포를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질이다.
다양한 과일과 채소, 견과류와 씨앗, 통곡물 등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의 역학연구에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여러 종류의 암, 특히 소화기계 암(위암, 대장암 등)과 유방암, 폐암의 위험을 낮추며,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과류와 씨앗은 항산화제, 섬유질, 건강한 지방을 함유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며,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심장병의 위험을 줄인다. 지중해식 식단(올리브오일, 견과류 포함)을 따르는 사람들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심혈관질환(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발생률도 30% 감소한다.
▶식이보충제, 건강에 도움될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단은 전반적으로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비타민, 무기질, 기능성 성분들을 정제해 분말, 과립, 액상, 환 형태로 복용하기 편하게 만든 식이보충제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해서 2022년 미국예방의학전문위원회(USPSTF)는 대부분의 비타민, 미네랄, 종합비타민에는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종합비타민 관련 건강 예후를 조사한 9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검토한 결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사망 위험 감소는 보이지 않았으며, 심각한 위험을 확인하지 못했을지라도 혜택을 충분히 확신하지 못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베타카로틴 보충제도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효과보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흡연자와 직업상 석면에 노출되는 사람 등이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으면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타민E 보충제는 중등도 수준의 확실성을 갖고 심혈관질환 또는 암 예방에 대한 순 혜택이 없어 예방 목적으로 복용을 권장하지 않았다.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목적의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E 보충제는 비권장, 종합비타민의 효과는 증거 부족이라고 결정한 미국예방의학전문위원회의 2022년 발표는 지난 2014년의 영양제 개정 권고와 다르지 않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더 좋은 선택
간혹 항산화제와 종합비타민제를 한 움큼 복용하면서 흡연과 음주를 지속하는 분들이 있다. 비싼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건강을 충분히 챙기고 있다는 오해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근거가 부족한 항산화제, 영양제를 복용하기보다는 근거가 너무나 명확한 금연, 절주, 건강체중 유지, 운동을 오늘 바로 실천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다. 윤기영기자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4년 10월호 발췌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